중년에 잦아진 방귀는 자연적 현상… 억지로 참으면 장 기능 약해져
입 벌리고 자면 방귀 많아지고, 방귀 아예 안 나오는 게 병일 수도
배변 후 변의 색깔-형태 확인해야… 잔변감은 대장암 징후 중 하나
또 다른 50대 남성 B 씨도 방귀 때문에 생각이 많아졌다. 방귀를 뀌는 횟수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냄새가 더 독해졌다. 친구들의 타박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장에 큰 병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두 사람은 병에 걸린 것일까. 한윤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에게 물었다. 한 교수는 “방귀는 대체로 질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면서도 “대장 질환의 전조 증세일 수는 있으니 동반 증세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A 씨는 질병이 아니지만 B 씨는 질병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방귀가 지나치게 잦다면 가스를 덜 발생시키는 저(低)포드맵 식품을 먹는 것도 좋다. 바나나, 딸기, 오렌지, 토마토, 고구마, 감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유와 치즈는 고(高)포드맵 식품에 해당한다. 다만 유당을 제거한 우유나 고형 치즈는 저 포드맵 식품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탄산음료는 가스를 많이 담고 있지만 방귀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트림을 통해 입으로 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둘째, 입으로 마신 공기가 대장을 거쳐 방귀로 배출된다. 코로 숨을 쉰다면 공기는 기도를 통해 폐로 가기 때문에 방귀를 유발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에 △말을 많이 하거나 △많이 웃거나 △껌을 많이 씹거나 △허겁지겁 음식을 먹을수록 몸 안에 가스가 더 차고, 방귀도 자주 나올 확률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코골이가 심하거나 비염이 심하다면 잠을 잘 때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공기를 더 많이 들이마시게 되므로 방귀를 자주 뀔 수 있다.
방귀 소리가 크고 냄새가 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육류 단백질, 콩이나 청국장 같은 음식을 먹으면 방귀 냄새가 심하다. 반면 회와 같은 수산물의 경우 방귀 냄새가 독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방귀는 대체로 질병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방귀를 참는 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장 안에 많은 양의 가스가 차 있으면 장기적으로 장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스를 오래 참다 보면 괄약근의 기능까지 약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괄약근의 노화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방귀를 뀔 때 변이 조금씩 나오는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한 교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방귀를 참지 말고 어떻게든 해소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때로 방귀는 대장 질환에 걸렸다는 징후가 된다. 우선 냄새를 따져봐야 한다. 만약 고기를 많이 먹지도 않았고, 다른 음식 섭취량도 그리 많지 않은데 방귀에서 고약한 냄새가 자주 난다면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방귀가 나오지 않는 것도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배 속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한데 방귀가 안 나오고, 배변 횟수도 주 1회 정도로 떨어졌으며, 배가 심하게 불러온다면 ‘구불결장 염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병은 장의 연동 기능이 극도로 떨어졌을 때 발생한다. 소화가 안 된 음식이 이동하지 못하고 S자 모양의 결장에 쌓이는 바람에 그 부위가 주머니처럼 축 늘어지는 것이다. 여성은 40대와 50대에서, 남성은 60대와 70대에서 발생하는 편이다.
검거나 빨간 혈변이 자주 나온다면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혈변이라고 하면 빨간 변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출혈 부위가 항문의 깊은 안쪽이라면 혈변은 검은색을 띤다.
변이 가늘어지거나 툭툭 끊어질 때, 혹은 토끼 똥처럼 작은 덩어리 모양일 때도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다만 변비가 있을 때도 장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변이 나올 수 있다. 한 교수는 “변비가 없는데도 이런 형태의 변이 1주일 이상 계속 나온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배변 후에도 찜찜한 느낌이 남아 있는 잔변감도 대장암의 징후일 수 있다. 암 덩어리가 커지면 변을 배출할 통로가 일부 막힌다. 때로는 배변 활동 자체가 힘겨워질 수도 있다. 암 덩어리가 클수록 잔변감도 커진다.
한 교수는 용변을 본 후 대변 상태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병원에 가지 않고서도 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시험, 업무 미팅 등 중요한 일이 임박하면 극심한 복통이 시작되는 사람들이 있다. 배를 움켜쥐다 급기야 화장실로 달려간다. 과민성장증후군인데, 스트레스 상황을 뇌가 인식했기 때문에 장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만약 평소에 장을 편안하게 해 주면 어떨까. 한 교수는 “뇌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그 결과 장도 편안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유산균을 비롯한 장내 미생물을 늘리는 건강식품이 많이 출시됐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사람에 따라 효과는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는 유산균 식품을 먹으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이 좋지 않을 때는 간헐적 단식을 하면 장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 한 교수는 “단식 기간에는 먹은 음식이 없으니 장이 충분히 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저녁 식사까지만 하고 다음 날까지 14시간 동안을 금식할 것을 권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은 하루 혹은 이틀로만 끝낼 것을 당부했다. 한 교수는 “그 이후로도 속이 좋지 않다면 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의사를 찾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