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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 꿈꿨는데...” 아내와 사별한 6070 남성에게 닥친 현실은

건강관리

by artyou 2023. 5. 1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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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 꿈꿨는데...” 아내와 사별한 6070 남성에게 닥친 현실은

독거사별남성과 기혼남성의 신체·정신건강 비교
“부부가 함께 있을 때부터 홀로서기 연습해야”
[행복한 노후 탐구]

입력 2023.05.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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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함께 한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잔소리 들을까 봐 그동안 못 갔던 동창들 술자리부터 가야겠다. 도쿄 가부키쵸 캬바쿠라(고급 술집)의 아미씨 문자도 이젠 지우지 않아도 되겠지. 밤에도 당당히 아미씨한테 LINE(메신저)할 수 있겠네. 연애도 실컷 해서 김정은처럼 기쁨조도 만들어 봐야지... 혼자 살게 되면 이렇게 자유를 만끽할 줄 알았는데 내 현실은 정반대다.”

요즘 일본 은퇴 생활자들 사이에서 화제라는 ‘마침내 아내가 죽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 일부다. 아내와 사별한 66세 남성이 혼자 부엌에서 라면을 만들어 먹는 6분짜리 짧은 영상인데, 14일 현재 누적 조회수가 814만뷰를 넘는다. 은퇴한 부부뿐만 아니라 신혼부부도 봐야 하는 동영상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자 댓글만 4400여개다.

영상에는 ‘인생 말년 부부에게 닥칠 일을 리얼하게 알려줘서 감사드린다’, ‘중반부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제 남편과 부부 싸움을 했는데 얼른 화해해야겠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상실감, 나도 아내를 잃고 지옥에 떨어진 듯했다’는 등 공감과 감사 댓글이 넘친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아내와 사별한 후의 심정을 담은 이 영상에서 66세 남성은 “나보다 먼저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남자는 수명이 짧으니까) 내가 먼저 죽을 줄 알았는데...”라며 라면을 혼자 먹는다. 영상에는 이런 자막이 흐른다.

“아내가 떠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상실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친구가 LINE 메시지로 만나자고 해도 나가지 않았고, 여전히 혼자 식당에 가서 밥먹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애인을 만드는 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수십 년 인생을 같이 보내온 배우자와 사별하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만약 아직 배우자가 곁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매우 행복한 것이다.”

'마침내 아내가 죽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66세 남성은 쓸쓸하게 혼자서 라면을 만들어 먹는다./유튜브 캡처

✅함께 있을 때부터 홀로서기 연습을 하라

배우자와의 사별은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이다. ‘한날한시에 같이 가는 것이 소망’이라는 부부도 있지만, 현실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배우자 상실로 인한 심적 충격은 특히 해로한 부부일수록 더욱 크다. 여생을 홀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모든 걸 혼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에선 배우자 사별을 경험한 노인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다. 노년 심리학 전문가인 사토신이치(佐藤眞一) 전 오사카대 교수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괴롭고 지독하게 슬픈 이벤트 중 하나가 바로 배우자와의 사별”이라며 “부부가 함께 있을 때에 미리 혼자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에게 의지를 많이 하면서 살아왔던 남편은 사별 직후 우울증에 빠집니다. 의존할 대상이 사라진 남편은 불규칙한 생활을 해서 건강도 나빠지죠. 일본에는 아내와 사별한 남성들이 끼니를 제때 챙겨먹지 않아 노쇠해지고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퇴직하고 나면 아내와 함께 집안일을 나눠 하고, 요리도 직접 해보세요. 그렇게 아내와 일을 분담해서 ‘생활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같이 집안일을 돕는 똑똑한 가전 기기도 많잖아요. 그런 가사도우미 사용법도 평소에 잘 익혀 두세요.”

 
배우자 죽음 뒤에 나타나는 애도 과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다. 처음엔 배우자 죽음을 믿지 않는 부정의 심리를 보이다가 상실의 느낌이 강하게 찾아와 슬픔과 그리움에 압도된다.

✅아내 잃은 남편 vs 아내 있는 남편

직장이나 지역 사회에서 완전히 은퇴한 고령 남성에게 배우자와의 사별은 사회적 고립·단절 위험을 한층 높인다. 소중한 배우자를 잃은 슬픔은 노인의 마음과 몸을 다 병들게 한다. 이는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14일 경희대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가 보건복지부·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2020년)를 토대로 분석해 봤더니, 배우자와 사는 기혼남성의 신체·정신적 건강이 독거사별남성보다 훨씬 양호했다.

구체적으로는 독거사별남성의 우울지수가 평균 3.87점으로, 아내와 함께 사는 남성들의 평균 점수(2.72점)보다 높았다. 또 만성질환 숫자도 독거사별남성은 1.71개로, 역시 아내가 있는 남성(1.58개)보다 많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거사별남성들은 인간 관계도 훨씬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거사별남성은 가깝게 왕래하며 지내는 친인척 숫자가 1.65명으로, 기혼남성(3.7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기혼 남성은 가깝게 지내는 친구와 지인 숫자가 5명에 육박했는데, 독거사별남성은 3명도 채 되지 않았다.

자녀들도 독거사별남성의 손을 따뜻하게 자주 잡아주진 않았다. 자녀가 매일~1주일 간격으로 자주 연락한다고 응답한 기혼남성은 전체의 63%에 달했는데, 독거사별남성은 57.6%로 낮았다. 독거사별남성은 혼자 외롭게 살고 있으니 자녀가 더 자주 연락해야 할 것 같은데, 자녀가 석 달에 한 번꼴로 뜸하게 연락한다는 비중이 13%로 오히려 기혼남성보다 많았다.

신혜리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적 관계망이 약하긴 하지만 독거사별노인은 기혼 남성과 비교해도 훨씬 더 낮은 수준의 관계망을 갖는다”면서 “남성독거노인은 혈연적·비혈연적 지지 체계가 약하다 보니 고립되어 살기 쉽고 이에 따른 문제점들도 쉽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고립 위험이 높은 독거노인들을 우선적으로 찾아내고, 노인여가문화시설 등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관계망을 이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어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누군가를 지지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라며 “홀몸 노인들의 고독감을 덜어주기 위해 인간과 교감하는 소셜로봇이나 인공지능(AI)스피커 등 고령친화기술(AgeTech)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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