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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 치료, 하버드도 배워간다

건강관리

by artyou 2023. 12. 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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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심 하나로 부정맥 치료, 하버드도 배워간다

조선일보 유튜브 ‘명의의 전당’ 김영훈 고대안암병원 명예교수

입력 2023.12.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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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이 주관해 매년 열리는 ‘보스턴 심방세동 심포지엄’은 대표적인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 관련 국제학술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가 높다. 그런데 이 학회에 매년 초청받아 전 세계에서 모인 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한국인 의사가 있다. 김영훈(65)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명예교수가 주인공이다. 아시아 출신 의사 중 강연자로 매년 초청되는 이는 김 교수뿐이다.

8일 조선일보 의학 토크쇼 '명의의 전당'에 출연한 김영훈(오른쪽)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명예교수가 본지 의학전문기자 김철중 박사와 부정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교수는 "부정맥은 몸의 엔진인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오!건강

8일 조선일보의 고품격 의학 토크쇼 ‘명의의 전당’ 여섯 번째 손님으로 초대된 김 교수는 부정맥 분야의 세계적인 명의(名醫)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부정맥 연구소(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에서 연수를 받으며 연구에 매진했던 1997~1998년 미국심장학회가 수여하는 ‘젊은 연구자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일찍이 두각을 드러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혈관을 통해 철심을 넣어 심장에 있는 부정맥 발생 부위를 직접 전기 자극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약물 치료뿐이던 국내 부정맥 치료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지난 2008년에는 심장 안쪽(심내막)뿐만 아니라 심장 바깥쪽(심외막)까지 함께 다루는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글로벌 표준까지 만들었다. 김 교수가 주도한 시술만 1만2000여 건으로 국내 최다 기록을 가지고 있다. 완치율도 90%에 달한다. 김 교수는 “부정맥을 일으키는 부위를 특정하는 게 쉽지 ”면서 “찾아내서 제거하기만 하면 대부분의 부정맥은 1~2초 만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부정맥은 심장이 너무 천천히 또는 빨리 뛰거나, 멎거나 부르르 떠는 등 박동에 문제가 있는 모든 상태를 말한다. 심장의 정상 박동 수는 분당 60~100회로, 이보다 빠르게 뛰면 빈맥(頻脈), 느리게 뛰면 서맥(徐脈)으로 나눈다. 가령 심방세동은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뛰는 빈맥에 속한다. 많은 사람이 부정맥을 좀 쉬면 괜찮아지는 증상으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의학계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질환으로 꼽힌다. 갑자기 사망하는 돌연사(급사)의 90%가 부정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부정맥은 몸의 엔진인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며 “부정맥이 나타나면 대부분 스스로 느낄 수 있는데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갑자기 심장이 철렁거리거나 맥이 쭈욱 빠지는 느낌이 있다면 부정맥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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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은 보통 나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기미나 주근깨가 늘어나듯 심장 근육에서 퇴화된 세포들이 생겨나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이뤄지는 한국은 부정맥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지난해 부정맥 질환자는 46만3538명으로 4년 전보다 25% 늘어났다. 심지어 요즘은 40세 미만 젊은 부정맥 환자도 늘고 있다. 같은 기간 10~20대 부정맥 질환 증가율은 30%대에 달하는 등 비중이 더욱 늘었다. 김 교수는 “젊은 사람이 부정맥이 있다면, 첫째가 가족력(유전적 요인)을 의심해야 하고 둘째는 음주 습관을 살펴야 한다”며 “짧은 시간 폭탄주 같은 술을 폭음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면서 부정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정맥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을 ‘오적(五敵)’이라 말하며 흡연과 고혈압, 당뇨, 비만, 콜레스테롤을 꼽았다.

김 교수가 부정맥 치료에 투신한 계기는 30여 년 전 의대 학생이던 시절 응급실에서 겪은 경험이다. 30대 여성 환자가 분당 200회가 넘게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쓰러지듯 들어왔다가, 치료를 받고 5초 만에 정상으로 돌아와 두 발로 걸어 나간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상으로 돌아온 심전도는 환자한테도 큰 선물이지만 내게도 마치 보석 같은 선물”이라며 “언제 찍어도 정상인 심전도는 내 의료 인생의 가장 큰 동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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