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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두려워 말길… 마지막 행복은 집에서 홀로 기다리는 것”

건강관리

by artyou 2022. 7. 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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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들 사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자유로운 삶… 집에서 마지막 순간 맞이하길”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펴낸 우에노 지즈코 日도쿄대 명예교수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문예춘추사 제공

“생의 마지막 순간 집에서 홀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릴 겁니다. 가족이 없는 제게 장례식이나 무덤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살아가는 동안 내가 사랑한 이들에게 그간 고마웠다고 작별 인사를 미리 나누려 해요.”

일본 사회학자인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74)는 언제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꿈꾼다. 홀몸노인이라면 무조건 “불쌍하다”고 여기는 세상의 인식을 단호히 거부한다. 우에노 교수는 19일 e메일 인터뷰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혼자 죽는 게 당연하지, 뭐 어때. 오히려 가족에게 돌봄의 짐을 지우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간 삶이라 여길 수도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2050년 국내 65세 이상 1인 가구는 467만 가구에 이른다. 일본은 한국보다 그 속도가 더 빨라 2025년 홀몸노인 751만 명 시대를 맞는다고 한다. 홀몸노인의 고독사(孤獨死)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 지난달 28일 국내 출간된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동양북스)에서 우에노 교수는 “살아가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고독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겁만 낼 게 아니라 혼자라도 행복한 죽음을 준비해 보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일본은 고독사 예방을 위한 24시간 방문 의료 체계를 갖췄다. 2000년 간병보험을 도입해 노인 인구의 80%가 일주일에 두 차례 전문 간병인의 돌봄을 받는다. 간병인이 홀몸노인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노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집마다 설치해 확인한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장기요양보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중화되진 않았다.

치매를 앓는 노인이 실수로 불을 내거나 사고가 나 다칠 위험은 없을까. 우에노 교수는 “심장박동 등 생체 신호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노인이 착용하고 전문 기관에서 이 신호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면 사고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에노 교수는 “사망 직후 조기 발견할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고독사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뜻에서 그는 ‘재택사(在宅死)’란 표현을 즐겨 쓴다. 홀몸노인 비중이 높아지는 미래에는 의료기관이 그 많은 인원의 사망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는 “수명이 늘어나면서 갑작스러운 질병을 앓다 병원에서 숨지기보다 만성질환을 앓으며 서서히 집에서 노쇠해 세상을 떠나는 노인이 늘고 있다”며 “일본 수명 조사에 따르면 임종 전에 남성은 약 8년, 여성은 약 12년 동안 ‘허약 기간’을 지낸다. 재택사는 막대한 의료비용을 줄이고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먼저 해결될 과제가 있다. 집에서 생을 마무리하려면 우선 집이 있어야 한다. 우에노 교수는 1인 노인 가구에 빈집을 대여하면 된다고 봤다. 현재 일본의 빈집 비율은 13%. 그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4인 가족 위주로 설계된 공공주택에 1인 가구가 입주하고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공용주택도 늘었다”며 “주거가 불안정한 노인에게 빈집 대여제가 마련되면 재택사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갖춰질 것”이라고 했다.

“노인이 안심하고 죽을 수 있는 사회는 단지 나이 든 이들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그런 세상이야말로 청년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어요. 부모를 간병하는 데 구속받지 않으니까요. 혼자 당당히 살아가는 부모를 보며 홀로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겁니다. 노인은 머잖아 다가올 청년의 미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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