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최근 미국에서 전체 폐암 환자 중 비흡연 환자의 비율이 10∼15%라고 보도했다. 비흡연자가 폐암에 걸리는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유전적으로 석면·라돈·일부 용매·간접 흡연 등 암 유발 물질에 대한 민감성이 큰 사람의 폐암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추정한다. ‘PLoS 메디신’ 최근 호에 따르면 아시아·북미·유럽 등의 비흡연 폐암 환자 240만 명을 조사한 결과 아시아인·미국 흑인이 유럽인보다 폐암에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아시아인이 발암물질이 함유된 조리용 가스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고온에서 증발하는 식용유에 혐의를 뒀다.
국내에서도 비흡연자의 폐암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는 “10년 전엔 흡연이 주원인인 편평상피세포암(폐암의 일종, 폐 중심부에 잘 생긴다)이 전체 폐암의 44.7%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엔 32.1%로 줄었다”며 “비흡연자에게 잦은 폐암으로 알려진 선암(폐의 모서리 부근에서 잘 발생)은 10년 전 27.9%에서 지난해 34.8%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일생 동안 한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폐암에 걸린 여성도 늘고 있다. 이런 비흡연 여성의 폐암은 간접 흡연이 원인이기 십상이다. 어릴 때 좁은 방에서 할아버지·할머니·아버지가 피운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 데 이어 결혼 후엔 남편의 흡연에 노출된 것이 수십 년간 쌓여 폐암 환자가 되는 것.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비흡연자를 담배 연기가 있는 곳에서 4시간가량 머물게 한 뒤 소변검사를 해보면 니코틴·발암물질의 농도가 흡연한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비흡연자는 ‘설마 내가 폐암에…’라며 방심하기 쉽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일찍 찾아내기 힘든 폐암의 조기진단을 방해한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이명구 교수는 “폐암을 예방하려면 자신의 폐활량 수치를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며 “특히 1초에 내쉬는 폐활량이 중요한데 이 수치는 폐기능 장애 정도를 나타낸다”고 조언했다.